봉사의 의미가 확산되면서 이제 봉사활동은 사람을 평가하는 주요 덕목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재능봉사는 보람과 봉사의 질을 높여준다. 보이지 않은 눈으로 북을 연주하는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도 희망은 있다
조경곤(48)씨의 직함은 인천광역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23호 판소리고법예능보유자이다. 하지만 지난 2013년 4월. 지방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를 따라다니는 것은 시각장애1급의 조경곤이었다.
중학시절 시력을 잃은 그는 10회의 수술과 치료를 거듭했지만 결과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의 재확인이었다. 청소년 시기의 시력으로 인한 상처는 낙심과 한탄으로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다행이도 한 가닥 기쁨이 희망의 길을 인도했다.
조 씨는 “지금은 집이 인천 서구이지만, 당시 살던 전북 김제는 우리나라 판소리의 고장이었어요. 집집마다 울려오는 우리가락을 나도 모르게 듣고 따라하며 자랐어요. 제가 북을 잡고 오늘날 재능기부 무대에 오르게 된 것도 고향 환경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귀동냥으로 시작한 조 씨의 북 연주를 듣던 고향 명창들은 그의 재능을 알아채고 서울 길을 권했다. 26세부터 국립국악원을 시작으로 그가 고수가 되기 위한 수련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길은 험했다.
내가 재능봉사를 하는 이유
그는 현재 인천은 물론 전국의 다양한 무대에서 재능기부로 북 연주를 하고 있다. 무료 무대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사회 적응과 생활 유지에 따른 어려움을 알기 때문이다.
조 씨는 “오늘의 제가 지방무형문화재에 오르기 까지 그 길은 말로 다 하기 힘든 험난함 그 자체였어요. 그럴 때마다 기도하며 종교에 의지했어요. 또 다짐했어요. 고수로 성장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소통의 길을 찾겠다고요”라며...
“전국에는 7명의 무형문화재 고수들이 있어요. 장애인 고수는 제가 처음예요. 그만큼 장애인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받기위해서 넘어야할 관문이 높아요. 그 어려움을 뚫었기 때문에 저 자체를 무대에 내놓아요. 장애인들에게는 용기를, 비장애인들에게는 소통을 위해서지요.”
명창의 입을 보며 장단을 맞춰야 하는 북 연주. 조 씨는 귀에 의지했다. 또 희로애락을 다루는 우리가락 자체가 자신의 인생이었기에 더더욱 공감능력을 높여나갔다.
그리고 앞만 보고 달려 나갔다. 넘어져도 되돌아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삶그는 전국고수대회는 물론 인천사람 조봉암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판소리 ‘꿈’의 무대를 비롯해 인천국제공항 1층밀레니엄홀 무대 등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조 씨는 “고수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엇모리, 엇중모리 등의 다양한 장단을 치면서 소리꾼의 노래를 반주하죠. 또한, 추임새를 통해 소리꾼의 흥을 돋우면서 소리판을 이끌어가기도 해요. 판소리에는 예로부터 ‘일고수 이명창’라고 불릴 만큼 무대에서 고수의 역할은 중요해요”라고 말했다.
그런 자부심으로 그는 오는 6월 5~6일 다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에서는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이 중심이 된 (사)꿈꾸는 마을의 광복 70년 기획공연 ‘별에서 온 사람들’이 열릴 예정이다.
‘별에서 온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외계인으로 비유되는 일이 많은 데 착안해 이들의 독특한 상황을 문화예술을 통해 풀어낸 다원예술 분야 콘텐츠다. 무대는 만 24세 미만의 청소년들과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위해 국고에서 지원되는 사랑티켓도 제공된다.
조 씨는 “재능기부 무대를 통해 장애인 예술가와 비장애인 예술가들이 펼치는 사회통합 무대가 되길 바래요. 또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장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김정미 I-View기자
wududuk@naver.com